영화와 소설 <쥬라기 공원> 관련 이야기 영상물잡설


1993년 영화 <쥬라기 공원>이 개봉했을 때 국내에서도 충격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저야 꽤 어릴 때였으니까 정확히 어땠는지 기억해내기는 좀 힘들지요. 그러고보니 벌써17년 전이니 느껴지는 것보다도 훨씬 더 오래전 일이군요. 지금은 전혀 관련없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소싯적에는 공룡광이었기(지금도 뭐 좋아는 합니다) 때문에 이 영화를 그때는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돌려봤었습니다.

현재 이 작품은 거의 고전걸작의 반열에 올라간 듯 보입니다. 초반에 최초로 공룡이 대낮에 등장하는 장면, 그러니까 주인공 일행이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만나는 장면은 아마 영화 역사상 가장 마법적인 장면 28위인가에 선정되었나 그랬을 겁니다. 그리고 97년에는 속편이 나왔고, 이어서 원작도 없는 3편이 나왔지요. 물론 공룡그래픽을 제외한 영화의 퀄러티는 갈수록 다운그레이드 되었습니다.

故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은 영풍문고에서 헌책을 5000원에 구해서 보고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작 역시 <쥬라기 공원>의 완성도가 속편인 <잃어버린 세계>를 능가한다고 봅니다.

영화 시리즈에서 1편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우선은 사실적인 공룡의 모습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도 한 몫 하긴 했을 겁니다. 물론 그것뿐 아니라 원작소설의 문제의식을 그나마 가장 잘 담아낸 것도 1편이었지요. 2편도 나름대로 이런 의식을 담아내려고 하기는 했는데, 1편처럼 깊이있게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원작의 플롯도 엄청나게 바꾸었지요.(난데없는 티라노사우루스 본토방문기..-_-) 그래서 2편은 후반부로 갈수록 그냥 단순한 환경보호 홍보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_-  3편은 뭐 처음부터 그런거 없었지요.

1편은 비교적 원작의 재미와 주제의식 간의 균형을 잘 살렸고, 큰 줄거리도 유사하게 따라가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두 시간 남짓한 상영시간에 상당히 많은 분량의 원작을 모두 담아내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곁가지들을 많이 잘라내었지요. 그래서 아쉽게도 원작에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들이 꽤 많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원작에서 비교적 비중이 컸던 등장인물들 중 상당수가 단역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가령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병든 트리케라톱스 앞에서 만나는 수의사 하딩 박사의 경우에는 원작에서는 마지막까지 활약이 큰 인물이지만, 영화에서는 트리케라톱스 증세 설명 외에는 하는 일이 없지요. 하지만 이 캐릭터가 재미있는게, 작품에 명시는 안 되어있지만 가만히 보면 이 양반은 <잃어버린 세계>의 주연인 새러 하딩 박사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98.9 퍼센트입니다. 원작 2편에서 새러가 "우리 아버지는 샌디에이고 출신의 수의사"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지요.

1편에서 여주인공격인 엘리 새틀러로는 로라 던이 맡아서 출연을 했지요.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사실 원작의 캐릭터와는 좀 거리가 있는 재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원작소설에서 엘리는 스물네살의 대학원생입니다. 영화의 엘리는... 아무래도 스물넷으로는 잘 안보이지요? 그리고 영화에서 그랜트 박사와 엘리는 연인 관계로 설정되었지만, 원작에서 엘리는 그랜트 박사의 제자일 뿐이지요.(게다가 약혼자도 따로 있습니다 -_-)

어쨌거나, 이 영화의 성공과 함께 한국에서도 공룡 열풍이 마구 불어서 매년 전시회에다가 완구점 장난감에서도 공룡의 비율이 늘어났지요. 그리고 <잃어버린 세계> 상영 이후 많이 사그러들게 됩니다..-_-  인터넷 좀 돌아다니다가보니 4편을 만들겠다는 기사가 떠있는데, 몇년 전부터 돌던 떡밥이긴 합니다만 조 존스턴 감독이 직접 말했다니 믿을 만한 정보같기도 합니다. 한번 보고 싶은 마음과 그냥 그만 두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묘하게 동시에 드네요. 특히 3편의 퀄러티를 생각해보면...-_-

덧글

  • hyjoon 2010/03/17 20:15 #

    소설을 영화화 하는 것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소설의 내용과 묘미를 잘 담아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 Mr 스노우 2010/03/17 20:20 #

    그렇겠지요. 아니면 모티브만 빌려와서 완전히 독립된 작품을 만들던가요.
  • 창검의 빛 2010/03/17 20:27 #

    4편이 나온다면 그래픽은 좋겠지만 스토리는......음......
    그냥 공룡보는 맛으로 봐야겠습니다.
  • Mr 스노우 2010/03/17 20:30 #

    스토리에 대해서는 이미 모든 기대를 버렸습니다 -_-
  • 들꽃향기 2010/03/17 20:35 #

    사실 1편 이후로 쥬라기공원 시리즈는 땅기지가 않는지라....ㄷㄷ

    4편이 나온다면, 자녀 교육용 공룡재현 다큐멘터리로 시청할 의향이 있습니다. (쿨럭)
  • Mr 스노우 2010/03/17 20:39 #

    저도 공룡전시회 간 셈 치고 공룡만 봐줄 용의는 있습니다 ㅎㅎ
  • kmx 2010/03/26 22:25 # 삭제

    쥬라기공원 1편을 1993년에 했을 때, 전 중2였죠. 제가 유일하게 영화관에 4번씩이나 가서 본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타이타닉'과 더불어, 수십년 후에 봐도 전혀 옛날영화처럼 느껴지지 않을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 Mr 스노우 2010/03/26 22:40 #

    저에게도 그렇습니다. 아직도 자주 꺼내서 돌려보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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